알바니아는 발칸반도 남쪽 끝에 자리한,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보고입니다. 특히 남부 지역의 사란다(Sarandë)와 블루아이 샘(Syri i Kaltër)은 알바니아 자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맑은 물빛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가 어우러진 여행지입니다. 이번 여행은 ‘자연과의 조화’를 주제로 삼은 만큼, 인공적인 관광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느끼는 여정이었습니다. 바다와 산, 그리고 신비로운 샘물까지 이어진 사란다 여행은, 단순한 휴양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 그 자체였습니다.
지중해의 햇살 아래, 사란다 해변에서의 여유로운 시작
티라나에서 남쪽으로 약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사란다는, 알바니아 남부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차창 밖으로 지중해의 푸른빛이 점점 짙어질수록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도시에 들어서자 눈앞에는 투명한 바다와 하얀 건물들이 맞아주었습니다. 해변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인으로, 관광객이 많은 다른 유럽 해변도시와는 달리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날은 사란다 비치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곧장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모래사장은 고운 자갈로 이루어져 있었고, 바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명했습니다. 발을 담그면 물 아래까지 햇살이 비치고, 물속의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도시의 소음 대신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뿐이었죠. 그 순간, “이곳은 진짜 쉼이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알바니아식 해산물 요리를 맛봤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릴 오징어’와 ‘해산물 리조또’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든 포도주를 따라주며 “이 와인은 우리 마을에서 만든 거야”라고 말하던 따뜻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해가 지고 바다 위로 붉은 석양이 퍼질 때, 사란다는 더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블루아이 샘,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의 보석
둘째 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블루아이 샘(Syri i Kaltër)으로 향했습니다. 사란다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울창한 숲과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가면 나타나는 이곳은 마치 현실이 아닌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입구를 지나 숲길을 걷는 동안, 점점 가까워지는 물소리와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습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블루아이 샘은 이름 그대로 ‘푸른 눈’을 닮은 자연의 걸작이었습니다. 중앙의 깊은 곳은 코발트빛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에메랄드색 물이 빙글빙글 퍼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햇빛이 반사될 때마다 물빛이 바뀌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했습니다. 물의 깊이는 약 50m 이상으로, 아직 바닥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다리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키고, 숲의 냄새가 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근처에는 나무 데크가 있어 발을 담그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몇 초 이상 담그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청량감이 전해졌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말하길, 이 샘물은 여름에도 1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며, 알바니아 전역의 강으로 흘러든다고 했습니다.
점심은 샘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현지식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릴 양고기와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블루아이 샘에서 직접 퍼온 물로 내린 커피 한 잔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식사 후 잠시 숲길을 따라 산책을 했는데, 그 길 위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물소리는 마음속 깊이까지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도시에서 쌓인 피로가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느낌이었죠.
부트린트 유적과 자연이 공존하는 시간 여행
셋째 날은 사란다 근처의 또 다른 명소 부트린트 유적지(Butrint National Park)를 방문했습니다. 블루아이의 신비로운 자연을 본 다음날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인간이 남긴 자연 속의 흔적’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부트린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유적지에 들어서면, 돌로 쌓인 극장과 신전, 그리고 옛 마을의 흔적이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유적이 푸른 숲과 습지대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생명이 공존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바람소리와 새들의 노래, 그리고 먼 곳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유적을 모두 둘러본 뒤, 부트린트 호수 근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빛이 반짝이며 춤추듯 움직였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알바니아 자연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습니다 — 그것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이곳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바니아 남부의 사란다와 블루아이 샘에서의 여행은, 단순히 멋진 풍경을 보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의 바람, 물, 그리고 사람들의 미소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란다의 바다는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었고, 블루아이의 차가운 샘물은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부트린트의 고대 유적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진짜 힐링이 있는 자연 여행을 찾고 있다면, 알바니아 남부는 완벽한 답이 될 것입니다.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아 고요하고, 그만큼 진심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요. 돌아오는 길, 저는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다시 한 번 그 푸른 눈 속에 마음을 담그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