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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버타드 해안에서 즐기는 서핑 여행(엘툰코 해변, 플라야 엘선잘, 라리버타드)

by dodosolsol56 2025. 10. 12.

라리버타드 관련 이미지

 

중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는 한때 치안 문제로 여행자들에게 낯설고 조심스러운 나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엘살바도르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수도 산살바도르 근처의 라리버타드(La Libertad) 해안 지역은 중미 최고의 서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거센 파도와 여유로운 해변 마을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전 세계의 서퍼와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듭니다. 저는 이곳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서핑을 배우고, 현지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파도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시간을 경험했던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엘툰코 해변 – 파도와 자유가 공존하는 낙원

라리버타드 해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엘툰코(El Tunco)입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산살바도르에서 약 1시간 만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해변가에 내리자마자 느껴진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검은색 화산재로 이루어져 있었고, 햇빛 아래 반짝이며 독특한 빛을 냈습니다. 서핑보드를 든 여행자들, 음악이 흘러나오는 비치바, 그리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현지인들. 그 어느 곳보다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렸습니다.

첫날 저는 초보자용 서핑 강습에 참여했습니다. 강사는 “파도를 이기는 게 아니라, 함께 타는 거야.”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처음엔 파도에 휩쓸려 몇 번이나 넘어졌지만, 몇 시간 후엔 잠시나마 균형을 잡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짜릿한 성취감과 함께 엘툰코의 태양은 어느새 제 어깨를 구릿빛으로 물들였죠. 서핑을 마치고 나면, 해변의 작은 바에서 차가운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단순하지만 완벽한 순간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엘툰코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합니다. 바닷가의 바와 레스토랑에서는 레게 음악이 울려 퍼지고, 현지 밴드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불빛이 반짝이는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여행자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고 친구가 됩니다. 그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스페인에서 온 장기 여행자들이었고, 엘툰코의 여유로움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모닥불 앞에 앉아 맥주를 나누던 시간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플라야 엘선잘 – 현지인과 함께한 조용한 파도 여행

엘툰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플라야 엘선잘(Playa El Sunzal)이라는 해변이 있습니다. 엘툰코보다 덜 붐비고, 파도가 길게 이어져 초보 서퍼에게도 적합한 곳입니다. 저는 둘째 날 아침, 서핑보드를 빌려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은 코코넛 나무가 늘어서 있고, 길가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작은 상점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현지 여성들이 손수 만든 팔찌와 목걸이를 판매하며, “행운이 깃든 엘살바도르의 바다 보석이에요.”라고 말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엘선잘의 바다는 파도가 부드럽고 일정했습니다. 저는 현지인 ‘카를로스’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 번 서핑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 바다에서 자랐고, 서핑은 그에게 일상이자 문화였습니다. “우린 바다와 함께 살아. 파도는 가족 같은 존재야.” 그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법, 방향을 읽는 법을 천천히 가르쳐줬습니다. 그 덕분에 이날 저는 처음으로 파도를 끝까지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변에서 환호해주던 여행자들의 박수 소리와 제 가슴 속의 두근거림은 그 어떤 기념품보다 소중했습니다.

점심은 해변의 로컬 식당에서 ‘세비체(Ceviche)’를 주문했습니다. 신선한 생선, 라임, 양파, 고수가 어우러진 이 요리는 엘살바도르의 대표 해산물 음식입니다. 단돈 4달러에 이런 훌륭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현지 맥주 한 잔을 곁들였을 때, 저는 ‘이보다 완벽한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엘선잘의 오후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라리버타드 시내 – 바다의 도시에서 느낀 삶의 온도

며칠 동안 서핑에 몰두한 후, 저는 라리버타드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라리버타드는 단순한 해변 도시가 아니라, 엘살바도르 서핑 문화의 중심지이자 지역 주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항구 근처에는 현지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을 바로 판매하는 시장이 열렸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해변에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들이었고, “바다가 우리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시장 구경을 마친 후, 근처의 피어 전망대(Muelle de La Libertad)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산책하고 낚시를 즐기는 명소입니다. 바다 끝으로 이어진 다리를 따라 걸으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서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벤치에 앉아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가 마음을 완전히 비워주었습니다.

저녁에는 해안가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푸풀루사(Pupusa)’를 맛보았습니다. 옥수수 반죽 안에 치즈, 콩, 고기가 들어간 엘살바도르의 대표 길거리 음식으로, 가격은 단돈 1달러였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우리 음식이 입맛에 맞으면, 당신은 이제 반쯤 엘살바도르 사람이야.”라며 웃으셨습니다. 그렇게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와 여유로운 생활 리듬은 여행의 마지막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라리버타드의 여행은 단순한 해변 휴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바다의 냄새, 서핑의 짜릿함은 제 마음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개발 중인 나라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진심이 있습니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소, 저녁 노을에 물든 검은 모래 해변, 그리고 파도를 기다리는 조용한 순간들. 이 모든 것이 엘살바도르만의 매력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정한 자유와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라리버타드의 바다로 떠나보세요. 파도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