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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문화 여행 후기 (구시가지, 성당, 미술관)

by dodosolsol56 2025. 9. 28.

리투아니아 빌뉴스 관련 이미지

 

 

빌뉴스는 발트 3국 중에서도 가장 깊은 문화적 매력을 지닌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는 중세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수십 개의 성당은 신앙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미술관은 리투아니아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고 있어 여행자에게 문화적 몰입을 선사한다. 이번 후기는 구시가지, 성당, 미술관을 중심으로 빌뉴스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구시가지: 중세의 흔적과 현대적 삶의 공존

빌뉴스 구시가지는 발트 3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좁은 자갈길과 붉은 기와 지붕은 전형적인 중세 유럽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곳곳에 자리한 카페와 상점은 현대적인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행자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해질 무렵 게디미나스 성탑에 올라 구시가지 전경을 내려다본 장면이었다. 도시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 겹쳐진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빌뉴스 대성당 광장은 도시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단순히 관광객만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산책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는 일상적 공간이기도 하다. 광장 한편에서는 거리 악사들이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다른 쪽에서는 젊은 화가들이 즉석 초상화를 그려준다. 문화가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골목 곳곳에 자리한 작은 갤러리와 수공예 상점은 빌뉴스만의 독특한 개성을 더한다. 특히 전통 호박 장신구나 리투아니아산 아마 섬유 제품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기념품이다. 구시가지를 걸으며 단순히 옛 건축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와 상인의 삶을 만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성당: 신앙과 예술이 빚어낸 걸작

빌뉴스는 종종 ‘동유럽의 예루살렘’이라 불린다. 이는 도시 곳곳에 자리한 성당과 수도원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성 안나 교회는 빌뉴스를 대표하는 명소다. 붉은 벽돌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고딕 양식 건물로, 나폴레옹이 빌뉴스 원정을 떠났을 당시 이 교회를 파리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곳은 빌뉴스 대성당이다. 외관은 고전주의 양식으로 웅장하지만, 내부는 조용한 신앙심과 겸손함으로 가득 차 있다. 대성당 지하 납골당에는 리투아니아 역사적 인물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국가의 정체성과 기억을 담은 장소라 할 수 있다.

여행 중 마주한 작은 성당들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성 베르나르디노 교회의 어두운 내부에서 울려 퍼지던 합창단의 목소리는 마치 시간을 멈추게 하는 듯했으며, 촛불을 밝히는 현지인의 모습은 종교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려 있는지 보여주었다.

미술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의 무대

리투아니아 국립 미술관은 중세 성화, 바로크 시대 조각, 근대 민속미술 등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한다. 전시를 관람하며 느낀 점은 리투아니아 예술이 유럽 전통 속에 있으면서도, 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20세기 소련 시기의 작품들이다. 제한된 표현 속에서도 자유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미술이 단순한 미적 활동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언어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대적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MO 현대미술관을 추천한다. 이곳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며, 발트 지역 현대 예술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내 카페에 앉아 빌뉴스의 젊은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이 도시가 살아 숨 쉬는 문화적 현장임을 느끼게 했다.

빌뉴스는 발트 3국의 작은 수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깊이는 결코 작지 않았다. 구시가지에서는 중세의 흔적과 현대인의 삶이 공존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성당에서는 신앙과 예술이 결합된 장엄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미술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의 무대였으며, 리투아니아인의 정체성과 역사적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였다.

전문가적 시각에서 빌뉴스는 ‘문화적 몰입이 가능한 도시’라 할 수 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 공간과 사람, 예술을 깊이 경험하는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빌뉴스를 찾는 여행자라면 단순히 사진을 남기기보다, 구시가지의 골목을 천천히 거닐고, 성당의 합창을 잠시 감상하며, 미술관에서 예술과 역사를 곱씹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빌뉴스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문화 여행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