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 통가(Tonga) 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나라’로 불립니다. 그중에서도 바바우섬(Vava’u) 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전통이 조화롭게 살아 있는 진정한 문화 체험지입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춤과 조개공예, 마을방문을 통해 통가인의 삶과 마음을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머물며 보고 느낀 바바우섬의 전통문화 여정을 생생히 소개합니다.
전통춤에서 느끼는 통가의 리듬
바바우섬의 저녁은 언제나 춤으로 시작하고 춤으로 끝납니다. 통가의 대표 전통춤 “라카랴(Lakalaka)” 는 단순한 무용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예술입니다. 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면, 남녀노소가 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북소리가 울리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박자를 맞춥니다. 제가 머물던 숙소 주인이 초대한 마을 축제에서는 현지인들이 직접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선보였는데,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손짓은 파도를, 발놀림은 바람을 상징하며, 무용 안에 자연과 삶의 순환이 녹아 있습니다. 춤이 끝나고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는 ‘오타이(Otai)’ 라는 열대과일 음료와 ‘루 풀루(Lu Pulu)’ 라는 코코넛소스 고기 요리를 함께 나눴습니다. 통가의 전통춤은 단지 공연이 아니라, 사람을 잇는 소통의 언어였습니다.
조개공예, 바다의 이야기를 담다
바바우섬은 통가에서도 손꼽히는 조개공예의 중심지입니다. 섬 주변의 깨끗한 바다에서 채취한 조개껍데기와 산호, 진주조각을 이용해 다양한 예술품이 만들어집니다. 현지 시장에 가면 목걸이, 귀걸이, 조개조각 장식품 등이 진열되어 있는데,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저는 Neiafu 시장 근처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조개공예 체험을 해봤습니다. 현지 장인 ‘마리아 할라피(Maria Halafi)’는 30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며, 바다에서 조개를 고를 때는 ‘빛깔보다 질감’을 먼저 본다고 말했습니다. 공예 체험은 간단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먼저 조개껍데기를 부드럽게 다듬고, 그 위에 작은 진주조각을 붙인 후, 천연수지로 마감합니다. 완성된 작품은 작지만 바다의 향기를 간직한 듯 빛났습니다. 통가에서 조개공예는 단순한 관광상품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상징입니다. 현지인들은 바다를 ‘생명의 어머니’로 여겨, 조개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을방문, 진짜 통가를 만나는 시간
통가의 진정한 매력은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바바우섬의 마을은 규모가 작지만, 공동체 중심의 삶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저는 현지 가이드 ‘세미(Semi)’의 안내로 타페타이(Tapetai)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어른들은 해질 무렵 공동 식사를 준비합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전통 가옥인 ‘파레(Fale)’ 가 있었는데, 바닥은 대나무로, 지붕은 야자잎으로 만들어져 통풍이 잘되고 시원했습니다. 주민들은 저를 손님이 아닌 ‘가족’처럼 맞이하며 코코넛 음료를 내주었습니다. 식사 중에는 통가의 인사법과 예절도 배웠습니다. 어른 앞에서는 무릎을 굽혀 인사하고, 식사 전에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들의 삶에 깃든 행복의 단순함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돈보다 시간이 중요하다”는 한 마을 어르신의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바다, 가족, 웃음. 그 세 가지만으로 충분한 삶. 이것이 통가의 진짜 ‘전통’이자 여행자가 배워야 할 가치였습니다.
바바우섬의 전통문화 여행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의 관계를 다시 배우는 여정입니다. 춤에서는 삶의 리듬을, 조개공예에서는 자연의 예술을, 마을방문에서는 인간의 온기를 만납니다. 여행자로서 저는 이곳에서 ‘진짜 여유’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바다의 색처럼 깊고, 사람의 미소처럼 따뜻한 통가의 문화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남습니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 조용한 마을의 북소리를 들으며, 또 한 번 그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