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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자를 위한 에스토니아 저예산 여행 루트(탈린 구시가지, 타르투, 라헤마 국립공원)

by dodosolsol56 2025. 10. 11.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에스토니아는 아직 낯선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은 발트 3국의 나라는 유럽의 고전적인 매력과 현대적인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숨은 보석입니다. 특히 예산이 한정된 배낭여행자에게 에스토니아는 ‘가성비 최고’의 목적지입니다. 물가가 낮고, 도보로 다닐 수 있는 도시 구조, 무료 입장이 가능한 명소, 그리고 따뜻한 현지인들의 미소까지.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에스토니아 배낭여행 루트를 소개하겠습니다.

탈린 구시가지 –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의 중심

배낭을 메고 처음 도착한 곳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Tallinn)이었습니다. 이 도시는 마치 동화 속 성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구시가지 입구에 들어서면 자갈길이 이어지고,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습니다. 탈린의 매력은 그 아름다움이 비싸지 않다는 점입니다. 구시가지는 대부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고, 주요 명소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톰페아 언덕(Toompea Hill)이었습니다. 언덕 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탈린의 풍경은 한눈에 도시의 모든 색을 담고 있었습니다. 붉은 지붕, 파란 하늘, 그리고 멀리 펼쳐진 발트해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였고, 관광객들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근처의 알렉산더 네프스키 대성당은 러시아 정교회의 화려한 돔이 인상적인 곳으로, 내부 관람 역시 무료입니다. 성당 내부의 금빛 장식과 촛불 향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잠시나마 시간 여행을 하는 듯했습니다.

점심은 구시가지의 작은 빵집에서 해결했습니다. ‘라에코야 광장’ 근처에는 저렴한 현지 음식점이 많습니다. 5유로 이하로 스프와 빵,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주인아저씨는 “한국에서 왔냐”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해 질 무렵 오렌지빛 조명이 켜질 때 더욱 매력적입니다. 여행 예산이 적더라도 이 도시에서는 하루 종일 ‘풍경’이 최고의 사치였습니다.

타르투 – 지식과 예술의 도시에서 느낀 여유

탈린에서 버스로 2시간 반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면 타르투(Tartu)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이자 대학도시로, 예술적이고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탈린보다 물가가 더 저렴하고, 숙소나 음식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호스텔 침대 하나를 하룻밤에 10유로 정도에 예약했는데, 아침식사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해서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타르투의 중심은 타르투 대학라에코야 광장입니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키스하는 학생 동상’은 이 도시의 상징으로, 현지 커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면 곳곳에서 예술 작품과 그래피티를 볼 수 있습니다. 거리에는 젊은이들의 공연과 버스킹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타르투의 또 다른 명소는 타메메기 공원(Toome Hill Park)입니다. 이곳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녹지 공간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즐기는 풍경이 여유롭습니다.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타르투는 그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도시였습니다.

저녁에는 ‘압자(Äppz)’라는 현지 맥주 펍을 찾았습니다. 타르투 대학 근처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저렴한 펍이 많습니다. 현지산 수제 맥주 한 잔이 2유로, 간단한 안주가 3유로면 충분했습니다. 여행지에서 이런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은, 배낭여행자에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헤마 국립공원 – 자연 속에서 찾은 진짜 쉼

탈린에서 하루를 더 머문 뒤, 저는 북쪽의 라헤마 국립공원(Lahemaa National Park)으로 향했습니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약 2시간 거리, 교통비는 편도 5유로 정도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공기부터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숲속의 냄새, 새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줬습니다.

라헤마는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으로, 숲과 호수, 해안이 어우러진 지역입니다.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지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비루 보그(Viru Bog)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나무 데크 위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끝없이 펼쳐진 습지와 작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연 속에서 들리는 바람소리와 물소리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하루는 여행의 또 다른 의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카페 대신 나무 벤치, 와이파이 대신 새소리, 쇼핑 대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저예산’이지만 가장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숙소는 공원 인근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했는데, 도미토리형 숙소가 12유로에 불과했습니다.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현지인과 맥주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행에서 이런 소박한 순간이야말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탈린의 중세풍 골목, 타르투의 자유로운 예술, 라헤마의 순수한 자연은 모두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배낭여행자에게 이 나라는 ‘가볍게 떠나 깊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물가는 저렴하지만, 문화와 자연의 깊이는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비용 부담 없이 유럽의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에스토니아는 완벽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벼운 배낭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 그곳이 바로 에스토니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