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서부의 보석 같은 도시 빅토리아(Victoria)는 도심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주변의 근교 여행지들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이번에는 빅토리아 여행 중 방문했던 세 곳 — 부차트가든(Butchart Gardens), 소금스프링아일랜드(Salt Spring Island), 와이너리 투어 후기를 중심으로 실제 여행 경험을 나눠보겠습니다. 도심의 여유로움에 자연의 색감이 더해진 빅토리아 근교는,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입니다.
부차트가든(Butchart Gardens) – 사계절이 살아 숨쉬는 정원의 천국
빅토리아 근교 여행의 대표 명소는 단연 부차트가든(Butchart Gardens)입니다. 1904년, 시멘트 공장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이 정원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성스럽게 관리되어 지금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손꼽힙니다. 입구를 지나면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선큰가든(Sunken Garden)은 깊은 분지 형태로 꾸며져 있고, 수천 송이의 꽃들이 층층이 피어 있습니다. 저는 봄에 방문했는데, 튤립과 수선화가 활짝 핀 장면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여름에는 장미정원이,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조명 축제가 열려 계절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정원 곳곳에는 포토존이 많고, 식물 이름이 표기된 안내판 덕분에 식물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또한 부차트가든 내에는 티하우스(Tea House)가 있어 정원 풍경을 바라보며 가벼운 식사나 홍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정원의 세심함입니다. 잔디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고, 꽃 향기가 바람을 따라 퍼져 나가는 느낌이 정말 평화로웠습니다. 도심 속 분주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치유의 공간이었습니다.
소금스프링아일랜드(Salt Spring Island) – 예술가들의 섬에서 느낀 자유
빅토리아에서 페리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하면 소금스프링아일랜드(Salt Spring Island)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캐나다 내에서도 예술가와 장인들이 모여 사는 섬으로 유명합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Farmers’ Market은 섬의 대표 명소로, 지역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홈메이드 잼, 수제비누 등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전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해, 현지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긴 후 시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참 여유로웠고,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아 ‘진짜 캐나다의 일상’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섬 내부는 도로가 좁지만 풍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울창한 삼림 사이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갑자기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나고, 곳곳에 예술가들의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숨어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자기 공방에서 손으로 만든 찻잔을 하나 구입했는데, 그 자체가 여행의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소금스프링아일랜드는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의 섬이었습니다. 도시의 소음을 떠나 자연과 사람의 온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와이너리 투어 – 바다와 포도밭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하루
빅토리아 근교에는 생각보다 많은 와이너리(Winery)가 있습니다. 특히 Cowichan Valley(코위찬 밸리) 지역은 ‘캐나다의 나파밸리’로 불릴 만큼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저는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3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각각의 분위기와 와인의 개성이 달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첫 번째 와이너리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두 번째는 로제 와인을, 세 번째는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직원들은 와인의 향과 숙성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와인잔을 들고 포도밭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와이너리 주변에는 바다와 산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어디를 찍어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가벼운 식사 메뉴도 제공했는데, 현지산 치즈와 함께한 와인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빅토리아의 와이너리 문화가 관광객을 위한 소비형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생활형 문화라는 점이었습니다. 와인을 구매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시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매우 따뜻했죠. 짧은 일정이었지만, 자연 속에서 와인 한 잔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 그 순간이 정말 낭만적이었습니다.
빅토리아 근교 여행은 도심보다 한결 여유롭고 따뜻한 감성이 있습니다. 부차트가든에서 자연의 예술을 감상하고, 소금스프링아일랜드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체험하며, 와이너리에서 한적한 풍경 속 와인을 맛보는 하루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여행’이었습니다. 캐나다 서부 여행 중 하루 정도를 빅토리아 근교로 확장해 본다면, 훨씬 더 깊고 감성적인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