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 빅토리아(Victoria)는 ‘꽃의 도시’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밴쿠버에서 페리를 타고 약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 여행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다녀온 빅토리아 도심 여행 후기를 중심으로, 이너하버, 의사당, 엠프레스호텔 세 곳을 중심으로 느꼈던 분위기와 여행 팁을 공유합니다.
이너하버(Inner Harbour) – 도시의 중심에서 만난 평온한 항구
빅토리아 여행의 첫 시작은 단연 이너하버입니다.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항구 전경은 한눈에 봐도 여유롭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물 위로 반사되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불빛, 부두에 정박한 요트들, 거리공연자의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항구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낮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항구 주변을 산책하며 커피를 즐기고, 저녁이 되면 거리공연과 라이브 음악이 이어집니다. 저는 근처 카페에서 로컬 커피 브랜드 ‘Discovery Coffee’를 맛보며 항구 풍경을 감상했는데, 부드러운 커피 향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너하버 주변에는 크루즈 투어나 수상택시(Water Taxi)를 타는 여행자들도 많습니다. 저는 약 30분짜리 미니 수상택시를 이용했는데, 바다 위에서 보는 도심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해질녘에는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며 항구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항구 주변 건물들이 조명으로 물들어, 로맨틱한 야경을 선사합니다. 이너하버의 매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의 정서와 여유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빅토리아 주의사당(Parliament Buildings) – 역사와 웅장함이 공존하는 랜드마크
이너하버 바로 옆에는 빅토리아를 상징하는 건물, 주의사당(Parliament Buildings)이 있습니다. 낮에는 회색 석조 건물의 위엄이 돋보이고, 밤에는 수천 개의 조명이 건물을 감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조명 덕분에 건물 전체가 따뜻하게 빛나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의사당 내부는 무료 투어 프로그램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캐나다의 정치 구조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약 30분 정도 투어를 했는데, 영국의 전통이 스며든 인테리어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현지인들은 점심시간에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거나 산책을 합니다. 봄에는 튤립과 수선화가 피어나 포토존으로도 인기입니다. 주의사당은 빅토리아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이자, 고요한 도시 속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미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어몬트 엠프레스호텔(Fairmont Empress Hotel) – 고풍스러운 품격의 상징
빅토리아 도심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은 페어몬트 엠프레스호텔입니다. 1908년에 지어진 이 호텔은 영국식 건축양식과 전통적인 인테리어로 유명하며, 특히 영국식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가 필수 체험 코스로 꼽힙니다. 저는 여행 중 하루를 이 호텔에서 숙박하며 오후 티타임을 즐겼습니다. 대형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로비에서 마시는 따뜻한 홍차와 신선한 스콘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서비스도 매우 세심했고, 직원들이 “Welcome to Victoria’s heart” 라며 미소로 인사해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호텔 외관은 담쟁이넝쿨이 감싸고 있어 계절마다 다른 색감을 보여줍니다.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사진 명소로도 사랑받습니다.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호텔 앞 정원에서 사진을 찍거나 1층 티룸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엠프레스호텔은 단순한 숙소가 아닌, 빅토리아의 역사와 품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급스러움 속에서도 따뜻한 환대가 느껴졌던,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빅토리아 도심여행은 화려함보다는 여유와 품격이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너하버의 평온한 풍경, 주의사당의 웅장함, 엠프레스호텔의 고전적인 우아함이 어우러져 캐나다 서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죠.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룬 빅토리아는 짧은 일정이라도 마음의 쉼표를 주는 여행지입니다. 만약 밴쿠버에서 하루 여유가 있다면, 꼭 한 번 페리를 타고 이 도시의 고요한 매력을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