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플리트에서 즐기는 현지 음식 여행 (달마티안 요리, 올리브오일, 와이너리)

by dodosolsol56 2025. 10. 15.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붉은 지붕이 어우러진 도시, 스플리트(Split). 이곳은 단순한 해변도시를 넘어 ‘미식의 중심지’로 불릴 만큼 풍요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여행자이자 블로거로서 크로아티아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스플리트의 달마티안 전통요리, 신선한 올리브오일, 그리고 매력적인 와이너리 투어 이야기를 전합니다.

달마티안 요리의 진수를 만나다

스플리트의 첫인상은 늘 바다 향기로 시작됩니다. 항구 근처 레스토랑에서 들려오는 팬 굽는 소리와 신선한 생선 냄새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이끕니다. 달마티안 요리는 크로아티아 남부 해안 지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지중해식 식단 과 비슷하지만 특유의 허브와 조리법이 더해져 독특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요리는 페카(Peka) 였습니다. 이는 고기와 채소, 해산물을 뚜껑 덮은 철솥에 넣고 숯불 위에서 천천히 익히는 전통 요리입니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익어, 손님이 도착할 즈음 완벽한 온도와 향으로 맞이합니다. 현지인들은 ‘가족의 맛’이라고 부릅니다. 스플리트 구시가지에는 이 페카를 전통 방식으로 조리하는 레스토랑이 몇 곳 남아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Kantun Paulina 라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정겨운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빵과 함께 내준 페카는 여행 중 가장 잊지 못할 한 끼였습니다. 달마티안 음식은 느리고 단순한 조리를 통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금, 올리브오일, 레몬즙만으로 완성되는 해산물구이 한 접시에서도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올리브오일의 도시, 스플리트

스플리트는 ‘올리브오일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지역의 온화한 기후와 해풍 덕분에 세계적으로 품질 좋은 올리브가 자랍니다. 여행을 하며 가장 감동받은 순간은 현지 농가에서 직접 올리브 수확과 오일 시음 을 체험한 날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스플리트 근교의 Uje Oil BarStella Croatica. Uje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오일을 맛보며 각각의 향과 산미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스텔라 크로아티카에서는 직접 짜낸 오일로 만든 허브소스와 빵을 곁들여 먹는 경험을 했습니다. 올리브오일은 스플리트 사람들에게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삶의 일부였습니다. 어느 카페를 가도 ‘올리브오일 케이크’가 메뉴판에 있었고, 바닷가 레스토랑에서는 올리브 나무 아래 테이블을 두어 여행자가 그 향을 느끼며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두었습니다. 현지 상점에서는 소량 생산된 수제 오일을 구매할 수 있는데, 여행 기념품으로도 정말 훌륭합니다. 저 역시 250ml짜리 한 병을 챙겨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 샐러드를 만들 때마다 스플리트의 햇살이 떠오릅니다.

와이너리에서 만나는 크로아티아의 시간

스플리트 여행의 마지막 날, 저는 근교의 Putalj WineryBedalov Vineyard 를 찾았습니다. 달마티안 지역의 와인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영향을 받았지만, 그 안에서 독자적인 개성을 지녔습니다. 특히 플라바츠 말리(Plavac Mali) 라는 적포도 품종은 카라멜향과 블랙베리 향이 어우러져, 부드럽고 진한 맛을 냅니다. 와이너리 투어는 보통 예약제로 운영되며, 투어 중에는 포도밭 산책, 와인 시음, 그리고 치즈나 해산물 안주가 함께 제공됩니다. 현지 생산자와 대화하며 느낀 건, 이들에게 와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예술”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Bedalov 와이너리의 주인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와인은 시간이 아니라, 정성이 숙성시키는 겁니다.” 그 말이 왠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한 잔의 와인은 단순히 ‘맛’이 아니라, 그곳의 햇살과 흙, 바람이 담긴 추억이 되었습니다.

스플리트의 먹거리 여행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는 여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재료의 향과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과정 입니다. 달마티안 요리에서 바다의 생명력을, 올리브오일에서 햇살의 순수를, 와인에서 사람의 이야기를 마주합니다. 여행자로서 그리고 블로거로서, 스플리트는 제게 “먹는다는 것은 곧 살아간다는 것”임을 가르쳐준 도시였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도 저는 아마 다시 이곳의 바다 내음을 따라 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