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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 여행기 (센다이, 하치만타이, 현지음식)

by dodosolsol56 2025. 10. 28.

일본 도호쿠 여행 관련 이미지
일본 도호쿠 여행 관련 이미지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북동부 지역, 도호쿠(東北) 지방을 여행하며 느낀 생생한 후기를 전합니다.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덜 알려진 지역이지만, 도호쿠는 자연의 웅장함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센다이의 도시 매력, 하치만타이의 대자연, 그리고 도호쿠 특유의 현지 음식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조용하고 진심 어린 일본의 모습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리는 여행기입니다.

센다이

도호쿠 여행의 첫 목적지는 센다이(仙台)였습니다. 센다이는 미야기현의 중심 도시로 ‘숲의 도시’라 불릴 만큼 녹지가 풍부하고, 현대적이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센다이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조젠지 거리(定禅寺通り)’였습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은 마치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했습니다. 12월에는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열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센다이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은 바로 규탄(牛タン, 소혀 구이) 입니다. 두껍지만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한 규탄은 이 지역의 대표 별미로, ‘리큐(利久)’라는 가게가 특히 유명합니다. 밥, 미소국, 오로시(무즙), 고추절임과 함께 먹으면 밸런스가 완벽하죠. 센다이는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내에서 버스로 40분 거리의 마쓰시마(松島)는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히며, 수백 개의 작은 섬이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섬 사이를 지나갈 때, 도시의 번잡함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치만타이

두 번째 여행지는 이와테현의 대표 관광지 하치만타이(八幡平)였습니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고원지대로,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루는데, 제가 방문한 시기 역시 10월 중순으로 단풍이 절정이었습니다. 하치만타이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아스피테 라인(Aspite Line)’이라 불리는 도로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이어지며, 정상에 오르면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는 신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는 멀리까지 펼쳐진 산맥과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며, 사진보다 실제 풍경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산책 코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하치만누마(八幡沼)’였습니다. 고요한 호수 위에 구름이 비치고, 새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를 느꼈습니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었고, 곳곳에 온천수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지점이 있어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숙소는 산 중턱에 위치한 ‘하치만타이 온천호텔’이었는데,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잊히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하치만타이는 ‘일본 속의 알프스’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으로, 자연의 힘과 고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지음식

도호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지 음식(郷土料理) 입니다. 이 지역은 추운 기후 때문에 염장이나 발효 음식이 발달했으며, 지역마다 독특한 전통 요리가 남아 있습니다. 센다이에서는 앞서 언급한 규탄 외에도 ‘즈다모치(ずんだ餅)’가 유명합니다. 완두콩을 으깨어 만든 녹색 즈다 소스를 찹쌀떡 위에 올린 디저트로, 보기엔 낯설지만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스타벅스 센다이 한정 ‘즈다 프라푸치노’도 인기 메뉴라 꼭 한 번 맛보길 추천드립니다. 이와테 지역에서는 ‘모리오카 냉면’이 대표적입니다. 매콤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그리고 달콤한 배 조각이 어우러진 맛이 독특했습니다. 여름철에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라고 합니다. 또 다른 특산물로는 ‘완코소바(わんこそば)’가 있는데, 작고 깊은 그릇에 계속해서 소바를 덜어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몇 그릇을 먹었는지 기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도호쿠의 음식은 단순히 맛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시골 식당에 들어가면 주인 할머니가 직접 담근 절임채소와 된장국을 내주는데, 그 따뜻함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이 지역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맛이 있습니다.

도호쿠 여행은 일본의 진짜 모습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초록빛 숲과 맑은 공기, 빠른 리듬 대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여유를 찾을 수 있었죠. 센다이의 활기찬 도시 매력, 하치만타이의 자연 풍경, 그리고 따뜻한 현지 음식까지—모든 순간이 잔잔하지만 깊게 남았습니다. 다음 일본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도호쿠 지방을 일정에 꼭 넣어보세요. 관광객이 적어 조용하고, 일본 특유의 정서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