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을 떠올리면 안데스산맥과 아마존의 정글, 그리고 갈라파고스 제도가 있는 에콰도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나라를 여행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속 가능한 여행’입니다. 에콰도르는 풍부한 생태계와 독특한 전통문화를 지닌 나라지만, 동시에 환경 변화와 관광 과잉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여행자로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기면서도, 가능한 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여행을 이어가려 노력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체험한 지속 가능한 에콰도르 여행의 실제 방법과 팁을 소개하려 합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여행,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배운 교훈
에콰도르 여행의 시작은 갈라파고스 제도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 보호 구역인 이곳은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 증가로 인해 일부 섬에서는 생태계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를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날, 산타크루즈 섬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원이 “쓰레기를 절대 버리지 말고, 정해진 구역에서만 식사하세요.”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자연 보호가 엄격히 지켜지고 있었죠.
갈라파고스의 투어는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됩니다. 저는 현지 가이드가 운영하는 ‘친환경 보트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일반 투어보다 약간 비쌌지만, 전기 추진 보트를 사용해 오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해양거북과 바다이구아나를 관찰할 때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진만 찍었습니다. 가이드는 “이곳의 생명은 우리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집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에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말은 제 여행 전반의 철학이 되었습니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생수병 대신 개인 물병을 사용했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았습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이런 선택들이 모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또한 현지에서 생산된 음식과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하며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여행이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숨 쉬는 행위라는 사실을 갈라파고스에서 배웠습니다.
키토와 쿠엥카에서 실천한 친환경 도시 여행
갈라파고스에서 돌아온 뒤, 저는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로 향했습니다. 키토는 해발 2,800m에 위치한 고산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가 인상적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차량을 이용하지만, 저는 도보 여행과 대중교통을 선택했습니다. 시내에는 ‘에코버스(Ecobus)’라고 불리는 전기버스 노선이 있어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매연 없는 공기를 마시며 도시 곳곳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키토의 구시가지에서는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마켓이 많습니다. 저는 플라스틱 기념품 대신, 재활용 재료로 만든 수공예품을 구매했습니다. 상인 마리아는 “이건 버려진 병뚜껑으로 만든 귀걸이에요. 버려질 물건이 새 생명을 얻었죠.”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예술이었습니다.
이후 방문한 쿠엥카(Cuenca)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힙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공원마다 쓰레기 분리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는 하루 동안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탐방했습니다. 자전거 대여비는 하루 8달러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쿠엥카의 리오 토메밤바 강을 따라 달리며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이 나라의 환경 의식이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 또한 ‘에코 호스텔’을 이용했습니다. 이곳은 태양열로 물을 데우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자는 종종 ‘조금 불편하더라도 의미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샤워 시간이 짧아도, 전기가 제한되어도, 그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소소한 실천이 모여 여행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안데스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여행의 가치
마지막 목적지는 안데스산맥의 작은 마을 ‘오타발로(Otavalo)’였습니다. 이곳은 전통 직물 시장으로 유명하며, 원주민 공동체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커뮤니티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체험형 여행이었습니다. 숙소는 현지 가정집이었고, 식사는 그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첫날 저녁, 호스트인 안드레아 가족과 함께 감자 수프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은 “관광객이 많아지면 돈은 벌지만, 우리의 삶이 변해버릴까 두려워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규모 개발보다는, 소규모 지속 가능한 관광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여행객은 그들의 전통 공예를 배우거나 농사 체험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참여자’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감자를 수확하고, 안데스산맥의 풍경 속에서 일몰을 맞이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지속 가능한 여행은 ‘환경 보호’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여행자가 지역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의 삶을 위협하지 않으려 노력할 때, 여행은 비로소 진정한 가치가 생깁니다.
에콰도르를 여행하면서 저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환경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꼈습니다. 여행자는 언제나 ‘손님’이며, 손님이 남긴 흔적은 그 나라의 미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번 에콰도르 여행을 떠날 때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는가’보다 ‘얼마나 적게 해를 끼쳤는가’를 기준으로 삼아보세요.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자의 태도이며, 지속 가능한 여행의 첫걸음입니다.